월트디즈니가 미디어 소비 패턴의 급격한 변화에 발맞춰 대대적인 전략 수정을 예고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디즈니 경영진은 자사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Disney+)에 ‘세로형(Vertical)’ 숏폼 영상 콘텐츠를 전면 도입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광고 제작 툴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플랫폼에 익숙한 젊은 시청 층을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디즈니+에 상륙하는 모바일 친화적 ‘세로형’ 콘텐츠
이번 발표의 핵심은 디즈니의 방대한 엔터테인먼트 자산이 모바일에 최적화된 숏폼 형식으로 재가공된다는 점이다. 디즈니는 이를 ‘버티컬(Vertical)’ 비디오 프로젝트로 명명했으며, 내년부터 디즈니+ 앱 내에 숏폼 전용 타일(Tile)을 배치해 사용자들이 손가락으로 넘기며 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러한 시도는 앞서 디즈니 산하의 스포츠 채널 ESPN 앱에서 먼저 선보인 ‘버츠(Verts)’ 기능의 확장판이라 볼 수 있다. 하이라이트 영상이나 스포츠 해설가들의 짧은 분석 코멘터리를 담은 버츠는 이미 모바일 환경에서 스포츠 팬들의 높은 호응을 얻으며 그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뉴스부터 예능까지, ‘마이크로 콘텐츠’로 진화
에린 티그 제품 관리 담당 부사장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뉴스, 엔터테인먼트 등 모든 장르에서 다양한 숏폼 포맷을 실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즈니는 단순히 기존 영상을 짧게 자르는 것을 넘어, 디즈니+를 매일 접속해야 하는 ‘데일리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그 일환으로 ABC 뉴스는 레이첼 스콧과 제임스 롱맨이 진행하는 평일 데일리 숏폼 프로그램 ‘왓 유 니드 투 노(What You Need to Know)’를 론칭할 계획이다. 긴 호흡의 영상보다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시청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전략이다.
AI 기술과 결합한 광고 시장의 혁신
콘텐츠 형식의 변화와 함께 AI 기술을 접목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도 눈에 띈다. 디즈니는 최근 오픈AI(OpenAI)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동영상 생성 AI인 ‘소라(Sora)’를 활용해 마블, 픽사, 스타워즈 등 자사의 인기 IP 캐릭터 약 200여 종을 활용한 사용자 생성 숏폼 비디오를 제작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광고주들을 위해 AI 기반의 ‘에이전틱(Agentic)’ 워크플로를 도입, 커넥티드 TV 플랫폼에 최적화된 광고 메시지를 신속하게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와 함께 광고주들이 캠페인 효율성을 측정하고 브랜드 건전성이나 도달률 같은 구체적인 ‘임팩트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전용 ‘브랜드 포털’도 새롭게 공개했다.
글로벌 미디어 업계에 부는 숏폼 드라마 열풍
디즈니의 이러한 행보는 미디어 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마이크로 콘텐츠’ 열풍과 궤를 같이한다. 생활용품 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이 50부작 마이크로 드라마 ‘골든 페어 어페어’를 소셜 미디어와 전용 앱을 통해 공개하고, 텔레비사유니비전이 짧은 호흡의 텔레노벨라를 제작하는 등 주요 기업들은 이미 모바일 중심의 시청자를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디즈니 역시 단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넘어, 모바일 퍼스트 경험을 제공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서두르고 있다.
